“아파도 병원 가기 무섭다”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단순히 병원비가 비싸서가 아닙니다. 병원 문턱 자체가 높고, 대형병원 몇 군데에 모든 환자가 몰리다 보니 지방에서는 아파도 의사를 만나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가까운 동네 병원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큰 병원은 몇 달치 진료 예약이 이미 꽉 차 있습니다.
국민은 이렇게 하루하루 병원 예약에 목을 매고, ‘이 정도 아픈 걸로는 병원 가기도 애매하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버팁니다. 그런데 이런 의료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했더니, 돌아온 반응은 뭔지 아십니까?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들이 나서서 소송을 냈습니다. 정원 늘리지 말라고요.
얼마 전 서울행정법원이 이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쉽게 말해, 당사자가 아니니 아예 판단할 가치도 없다고 본 거죠. 복지부 장관이 정원을 조정하는 건 고등교육법상 권한 범위 안에 있는 일이고, 이걸 가지고 소송을 제기한 건 법적으로도 무리였다는 뜻입니다. 대법원도 이미 같은 취지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바 있습니다. 명백히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형식적 요건도 못 갖춘 소송이었던 겁니다.
자, 그런데 생각해 봅시다. 법적으로도 근거가 부족하다는 걸 알 만한 사람들이, 그것도 교육자이자 전문가라는 교수들이 왜 이런 소송을 냈을까요? 정말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교육 자율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서였을까요? 아니면 다른 계산이 깔려 있었던 걸까요?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이건 공익을 위한 싸움이라기보다 철저히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처럼 보입니다.
사실,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과로에 시달리는 공공재' 이미지를 활용해 왔습니다. 실제로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많긴 합니다. 응급실에서 잠 한숨 못 자고 뛰어다니는 전공의들, 밤새 수술하고도 다시 진료 보는 교수들, 그 노력과 희생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제기하는 반대의 목소리를 보면, 이상하게도 환자를 위한 대안은 잘 안 보입니다. 지방의사를 양성하자고 하면, "질 낮은 의료가 생긴다"라고 반대합니다. 의대 정원을 늘리자고 하면, "정치적인 결정"이라며 격렬히 반발합니다. 급기야 소송까지 갑니다. 이쯤 되면 진짜 걱정하는 건 의료의 질이 아니라, 자신들의 위치와 수입, 즉 기득권이 위협받는 거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장기적으로는 의사 수가 많아질 겁니다. 그러면 경쟁도 생기고, 자연스럽게 진입장벽도 낮아지겠죠. 결국 지금의 희소가치, 말하자면 '의사 면허증'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유지되어 온 높은 수입, 사회적 지위, 권위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이 반발의 본질 아닐까요? 고소득, 높은 지위, 사회적 존경을 지켜내기 위해 '공급 억제' 전략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 대목이죠.
국민 생명이 위협받고,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여전히 이들은 의대 정원 증원을 외면하고 반대하고 있어요. 필수의료 공백을 메우자는 요구에는 기피과 처우 개선이 먼저라며 의사 수 증가는 극구 반대하는 것이죠. 결국 이기적인 계산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이고, 자신들의 휴가와 학회 참석은 정당한 권리로 주장하면서 그 공백은 국민이 감당하라는 듯한 태도입니다. 이것이 과연 생명을 다루는 전문직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일까요?
그런데 이쯤 되면 더 이상 눈 감고 넘어갈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들의 삶은 국민이 매달 꼬박꼬박 내고 있는 건강보험료로 유지됩니다. 다시 말해, 국민의 고통과 지출 위에 이들의 수입이 존재하는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생명을 다루는 전문직이라는 무게 있는 타이틀을,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로만 활용하고 있다면, 그건 분명한 배신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모습, 솔직히 너무 추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이 상황을 그냥 '이해관계 충돌' 정도로 넘어가선 안 됩니다. 의사라는 집단은 단순한 전문직이 아닙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그 누구보다 높은 윤리의식과 공공성을 요구받는 집단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점잖은 전문가라기보다는 탐욕스럽게 기득권만을 지키려는 돼지의 군상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환자의 고통보다는 자신의 수입이 먼저이고, 공공성보다는 독점적 지위를 지키는 것이 우선인 모습 말입니다. 과장이라고요? 하지만 지금의 행동을 보면, 누가 그렇게 느끼지 않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엠뷸런스를 타고 병원을 전전했지만, 단 한 곳에서도 응급수술을 받을 의료진을 확보하지 못해 숨진 사건들이 발생합니다. 병원 예약을 못 잡아 고통을 참아야 하는 사람들, 지방에 병원이 없어서 몇 시간을 차 타고 나가야 겨우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 그 모든 이들이 매달 건강보험료를 내며 의료 시스템을 지탱하고 있는데, 정작 그 시스템의 핵심 구성원인 의사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법적 근거도 부족한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반대가 아닙니다. 명백한 위선입니다.
물론, 누구든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는 단순한 직업이 아닙니다. 생명을 다루는 전문직이고, 국민 건강과 직결된 공공성을 가진 직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높은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거겠죠. 그런데 그들이 내놓은 방식이 법적 근거도 부족한 소송이라면, 결국 여론의 역풍만 자초하는 셈입니다. 그들은 지금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겁니다. 자기들이 지켜야 할 진짜 가치를 외면한 채,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으니까요.
정부 정책에 반대할 수는 있습니다. 정책이 모든 정답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더 설득력 있는 논리와 대안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소송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신들의 기득권 이익이 걸린 문제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면, 의료계를 향한 국민의 신뢰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신뢰는 한번 무너지면 다시 쌓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국민은 바보가 아닙니다.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의료는 장사가 아닙니다. 환자는 고객이 아니고요. 의사는 전문가이지, 이익집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왜 이렇게 자주 확인받아야만 하는 걸까요. 그리고 언제까지 이 추한 기득권의 민낯을 지켜봐야만 하는 걸까요. 이제는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정말, 그 흰 가운 아래 숨겨진 욕망이 전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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